까칠한 에세이스트♥

팔순 엄마의 김치,반찬 택배 본문

일상

팔순 엄마의 김치,반찬 택배

까칠한 에세이스트♥ 2020. 8. 21. 16:06
반응형

"엄마, 김장김치 남은거 좀 있나??

우리 네통 가져온걸 벌써 다 먹어 삤다"

"벌시로?? 우짜노 김치 냉장고가 없으니
보관해논기 없는데..."

외할머니 익은 김치만 먹는 딸아이가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김치볶음, 김치볶음밥, 김치찌게, 김치찜 등
다양하게 먹다보니

매년 김장김치 담을때까지 남아 있던 김치가

한여름에 벌써 똑 떨어져 버렸다.

어찌한다.....

생김치는 먹지도 않고 산김치는 더더욱 안먹는 딸인데
김치를 담그고 싶어도 맛도 맛이지만

역대 최대 장마로
배추값이 너무 비싸 엄두를 낼수가 없었다.
그나마 먹는 깍두기라도 담아야 하나 고민이다.

올해 팔순인 엄마는 아직도 12월이면
6남매 김장을 다 해서 나눠 주신다.

매년 내년에는 인제 못하겠다 하시면서도

또 12월이 되면
배추가 아까워서
또는 사먹으면 안 좋은 중국 고춧가루로
어떻게 담았는지도 모를 김치 사먹을까
걱정이 된다시며

언제가 따듯하다는데 그날 김장할까
넌지시 물어 오신다.

큰언니가 낼모레면 60이고,
다섯째인 나도 좀 있으며 50인데
부모님 눈에는 여전히 못미덥고,
김치도 제데로 못 담그는
어설픈 자식들이다.

제발 하지 말자고 해도
꾸역꾸역 하시니 말릴 제간이 없다.
그저 가서 돕는수 밖에


올해 팔순잔치를 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모임조차 할수 없었다.

예약한 날짜를 한차례 미루고 좀 수그러 든
6월에 밥만이라도 먹자고 했으나
연세가 많으신 두분은 그것도 싫다고 하셨다.

예순, 칠순 한번도 잔치를 한적이 없어
팔순잔치는 꼭 해드리고 싶었는데 참 운도 없으시다.

이번엔 각 200만원씩 회비도 걷었는데 너무 아쉽다.
가을에 할까 했는데 또 다시 코로나가 유행하니
아마 못 하지 싶다.

이런 와중에 16년된 엄마 냉장고가 물이 새고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막내동생의 연락을 받았다.
오래되어 부품도 없다고한다.

그래서 팔순 비용으로 사드리자고 의견을 모아 냉장고와
평소 갖고 싶어 하셨던 김치 냉장고를 사드리기로 했다.

흰색이 좋으신지, 스뎅색이 좋은지 여쭤보니
의외로 스뎅을 하고 싶으시단다...ㅎㅎㅎ
회관에서 봤는데 좋으셨단다.

말이 나온김에 추석전에 배송되게 주문을 서둘렀다.
냉장고 도착하기까지 설겆이 하면서도
어디 놓을지 고민 하신다고 하셨다.
좋으신가 보다 ㅎㅎ

주문 후 사흘만에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도착했다.
사진찍어서 문자로 보내 달라니 잘찍어서 보내셨다.
노인대학에서 문자 보내는걸 배우신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냉장고 정리를 마친후 엄마는
김치 없다는 넷째딸의 말이
마음에 걸리 셨는지 택배 보냈으니
낼 받아라고 연락을 하셨다.

긴 장마로 야채값이 비싼데
고향 동네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파와 야채 등등을 보내셨다고 했다.

오늘 20키로 박스 두개가 도착했다.

김치 국물이 새서 축축히 젖은 김치와 된장이 든
박스 하나와 야채가 가득 든 박스하나.

야책 박스에는 참기름, 국간장, 양파, 부추,
대파, 깨, 고추가룻, 호박잎, 깻잎,
젓국(엄마표 진젓), 무, 당근, 우엉, 조선오이,
고구마순이 빈틈하나 없이 빽빽히 들어 있었다.

 

 

젖은 박스에 배추김치, 깻잎김치, 고구마순 김치, 부추김치, 된장이 여러 겹의 비닐에 꽁꽁 싸여져 있었다.

 

 

35도나 넘는 이 더위에 엄마는 머하러 이걸 다 담았노....
중얼거리며 꽁꽁 싸매진 김치 비닐을 푸니
진한 젓국냄새가 확 풍긴다.
엄마 김치 냄새다.
목이 콱 메여왔다.

엄마한테 택배 잘 왔다고 전화 해야 하니 울면 안되는데
꿀꺽 울음을 삼키고 전화를 했다.

"엄마 택배 지금 막왔다.

더운데 김치를 머하러 담았노?"

"안 터지고 잘 왔더나? "

"어 안터지고 잘 왔다"

"김장김치도 없는데 먹을 김치가 있어야지
고구마 순은 까서 반찬하는거 알제?"

"어 안다 김치랑 야채 잘 먹을께요"

"그래 윤서방은 아직 안왔제? 저녁 해서 무라"

 


 접시에 엄마 김치를 종류별로 담았다.

배추김치, 부추김치, 고구만줄기 김치, 깻잎김치
하나씩 맛보며 또 눈물이 난다.

고마워서
맛있어서

 

 

 


다녀가신 흔적을 아래 하트공감(♡)을 꾹~ 눌러주세요.
로그인을 하지 않으셔도 가능하답니다~^^
하트공감()은 좋은 글을 쓸수 있는 원동력이랍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