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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나만의 공간, 화장실!

까칠한 에세이스트♥ 2020. 11. 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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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낳고 막 기어 다닐 때부터 좀 클 때까지
몇 년간은 혼자서 아이를 돌보느라 
나 혼자 만의 시간이 정말 없었다.

청소, 요리를 할 때도 업거나 안거나해서 했었다.
저녁 8시쯤 남편이 퇴근해 오면 그때서야
아이를 맡기고 좀 편히 있을 수 있었다.
물론 남편이 본다 해도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남편이 아이를 봐주면
잠시라도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나는 책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누구의 방해도 없고
확실히 외부와 단절되고
확고한 목적이 있기에

화장실에서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화상실에만 가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아 너무 좋았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그렇게 나는
감정의 정리가 필요하거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항상 화장실로 들어가

몇 번이나 읽어 내용을 다아는
내가 좋아하는 책의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읽으며
차분한 감정 정리의 시간을 가졌었다.

물론 어린 딸이 기어 와서 문을 두드리거나
엄마를 찾으며 우는 소리가 방해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화장실에서의 시간은 나를 지탱하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때 아기였던 딸이 중1 사춘기이다.

요즘 딸에게 휴대폰 게임 그만해라, 방 정리 좀 해라,
친구들과 메신저 그만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전화기를 들고 슬그머니 화장실을 간다.
들어가서는 10분이고 20분이고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런 딸을 보며 예전 딸을 키울 때 내가 화장실에
갔던 이유가 생각이 났다.

아~~~
내 딸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내가 잔소리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서
화장실로 들어가는구나

딸의 모습에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우습기도 하고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 시간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딸에게

" 니가 화장실에 왜 자주 가는지 엄마 다 알아~ "

" 뭘 알아?? "

" 엄마도 너 아기 때 하루 종일 널 돌보다가
혼자 있고 싶을 때면 항상 화장실로 도망갔었거든.

화장실에 들어가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아서
뭔가 깊은숨이 쉬어지고 편안했어.
너도 그런 이유지? "


딸이 슬며시 미소 짓는다.

화장실로 도망가는 게 맞나 보다.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나
그렇게 힘들게 하나
많은 생각이 든다.

많은 부모들이 다 나 정도면 괜찮은 부모라 생각하듯이
나도 나 정도면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요즘 우리 딸의 꿈은
얼른 돈을 벌어
이쁜 원룸에서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며
우아하게 혼자 사는것이다.

딸이 꿈꾸는 이쁜 원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집꾸미기)

 

딸의 저 말을 듣고

" 엄만 니가 가는데 다 따라갈 거야
서울로 대학 가면 서울 같이 갈 거고,
외국으로 가면 외국도 같이 갈 거고 "
했더니

딸이
" 안돼!!! 싫어!
나 고등학교도 기숙사 있는 곳으로 보내줘~~~!! " 한다.


정말 서운하다 못해 눈물이 다 난다.

나쁜년
흑 ㅠ.ㅠ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금지옥엽으로 키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과 애정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웠는데


도. 대. 체
왜 그렇게 뛰쳐 나가고 싶어 할까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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