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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인연

까칠한 에세이스트♥ 2020. 10. 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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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태어나면서 3개월간 출산휴가 후
베이비시터분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했었다.

3년간 회사를 다니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었다.

1년 후 아이가 어린이 집을 가기 시작하고
다시 일을 찾기 시작했을 때 입사한 회사가
지금의 회사이다.

아이가 어리고 자주아파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는데
지금 일하는 회사가 딱 그런 곳이었다.

사장님과 실장님 두분이 부부이고 또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서로 이해를 하고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일을했다.
아이가 아플 때나, 또 집안에 일이 생겼을 때나
모두 잘 배려해주셔서 10년 동안이나
재택근무로 일을 할 수 있었다.

많은 월급은 아니었지만 경력이 단절되지 않아 좋았고
아이를 키우는 상황을 잘 배려해 주셔서 지금까지
좋은 관계로, 고마운 관계로 일을 해 왔다.

이런 회사가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와 사장님의
여러 상황으로 인해 폐업을 하신다고 한다.
(코로나지만 매출이 좋았다면 폐업 생각은 하지 않았을 듯하다)

지난번 통화에서 언질은 주셨지만 막상 통보를 받으니
아픈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회사 사장님과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회사가 아닌 커피숍에서의 단둘이 만나는 미팅이었다.

커피숍에서 만난 사장님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서류를 모두 작성해서 오셨다.
계속되는 고민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하시며
연말까지 견뎌서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다는 보장만 있으면
견뎌 보겠는데 내년이 되어도 별루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고 하셨다.

지금 사장님의 상황으로는 매출에 신경 쓰거나
새로운 판매 아이템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에만 전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지금껏 참으로 잘 견뎌 오셨다.
비슷한 나이라 서로의 가정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다 보니 각자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
말리고 싶다기보다 오히려 다 내려놓고
좀 쉬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녀의 이야기

그녀는 나보다 4살 어린 여자 사장님이다.
남편은 나와 동갑이고 같이 일은 하지만 사장 타이틀은
여자 사장님이 갖고 있다.

사장님은 26살 나이에 남편과 결혼해서 그때부터
아픈 시어머님을 모셨다.

근 20년을 집에서 병수발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했다.
최근 6년간은 시어머님이 아예 거동을 못하셔서
집에서 80kg의 거구 시어머님 병간호하느라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자 남편이 본인의 어머님을
전담해서 돌봤는데 그 남편분도 이제는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한다.

80kg의 거동 못하는 거구의 어른을 씻기고 돌보는 것을
6년이나 했으니 두 사람 모두 몸은 몸대로,
정신은 정신데로 피폐해진 듯하다.
(거동할 수 있는 14년간은 좀 나았던 듯)

그 기다 3년 전부터는 시어머님이 치매가 걸리셔서
조금씩 심해지더니 얼마 전부터는 아들도 못 알아본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몸이 망가지고, 어머님의 치매가 심해지자
계속 집에서 모시고자 고집부리던 남자 사장님도
이제는 포기하고 12월에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요양병원에 모시는걸 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남자의 이야기

사장님의 남편은 홀어머니의 외아들이다.
모자는 아들이 지방 대학 왔을 때와 군대 갔을 때를
제외하고 평생을 같이 살았다.
이제 어머님을 요양병원으로 모시려고 하니 그 남편의
멘탈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이다.

2주 전 사장님 남편 생일에 그 어머님은
" 아저씨는 누군데 우리 집에 있어요?"라고 물었다한다.

생일에 엄마가 본인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더 이상 본인이 모실 체력적 여건이 안되어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한다는 절망감에 그 남편은 온 집안이
떠나가라 통곡을 했단다.

그 상황이 너무 괴로워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사장님도 같이 힘들고 괴롭다고 했다.

26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시어머님의 온갖 모진 욕설과
갖은 행패로 너무나 힘들었는데 작년부터는 시어머님이
며느리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너 때문에 내가 여태껏
잘 살았다고 생전 하지 않던 말을 하신다고 한다.

사장님은 결혼 후 자신의 젊은 시절 추억은
시어머님의 온갖 행패와 욕설밖에 없는데

미운 정도 정인지 시어머님이 저렇게 말하니
눈물이 나고 너무 슬프다고 했다.

막상 요양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하고 나니 20여 년을 모셨는데도 뭔가 허전하면서
허탈하고 꼭 버리는 것 같은 죄책감과 함께
너무나 복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사장님 부부는 내가 아는 10여 년 동안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다. 아픈 시어머님 때문에
어딜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코로나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어머님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두 사람이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도 순차적으로 정리를 하고
필수 인력인 나와 한 명의 직원은 프리랜서 형태로
남기고 모두 정리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장과 직원의 관계를 떠나
너무나도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냥 이참에
회사를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아무 생각 없이
가족 여행도 가고, 아이들과 추억도 많이 만드시라고
그리고 남편을 많이 위로해 드리라고
말씀드리고 헤어졌다.

내년에 정말로 폐업 절차를 밟을지
아니면 재충전의 시간을 갖은 후
다시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이어 갈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저 부부가 이제 좀 편안해 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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