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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에세이스트♥ 2020. 10. 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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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오늘 감 땄다. 택배 보내니 내일 도착할끼다.
고구마도 서너 개 넣었으니 받으래이~"

가을이 되면 택배가 줄줄이 도착한다.
지난주에는 햅쌀을 한 자루 보내셨는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홍시감을 또 보내셨다.

그 감이 오늘 도착했다.
큼지막한 대봉감이 가득이다.

친정에서 보내 대봉감

 


나는 어릴 때부터 감홍시를 좋아했다.
어릴때 부모님은 논으로 일나 가시고
늘 할머니가 돌봐주셔서 그런지 입맛도 할머니를 닮았다.
호박죽, 팥죽, 감홍시, 반건시 등등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나도 좋아했다.

어릴 때 우리 시골집에는 감나무가 없었다.
으레 시골집에는 대부분 감나무 한 그루쯤은 있게 마련인데
우리 집에는 없었다.


감나무는 사계절 내내 먹거리를 주는 나무다.


봄에
감꽃이 필 때면
지푸라기 끝을 리본 모양으로 묶고 왕관 모양의 감꽃을
지푸라기에 꿰어서 목걸이처럼 만들어 하나씩
빼어 먹으며 놀았다.

5월쯤 피는 감꽃 
이렇게 목걸이 처럼 만들어서 목에 걸기도 하고, 손목에 감기도 하고 또 입이 심심하면 하나씩 빼먹곤 했다

 

 여름에는
태풍이나 비바람에 떨어진 떫은 땡감을 주워다가
작은 단지에 소금물을 만들어 1~2주 삭히면
떫은맛이 없어져 먹을 수가 있었다.

여름에 태풍이나 비바람이 쎄게 불고 나면 이런 땡감을 주우러 다녔다.


지금 먹으면 이게 무슨 맛이냐고 할 테지만
내가 어릴 때 시골에서는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기에
계절마다 아이들은 이런 먹거리 찾아다녔었다.

떨어진 땡감은 대부분 찍히거나 살짝 깨진 것이 많아
감을 줍고 나면 항상 옷에 감물이 들곤 했다.

짙은 갈색으로 든 감물은 지워 지지도 않아
봄 옷에는 늘 감물 얼룩이 묻어 있었다.


가을에는
높다란 감나무에 빨갛게 열린 홍시가 얼마나
달콤하게 맛있는지 모른다.

요즘에는 덜 익은 단단한 감을 사다가 집에서 홍시를
만들어 먹지만 내가 어릴 땐 감이 나무에 매달린 채
홍시가 되면 그물망이나 검정 비닐봉지를 긴 대나무
작대기에 묶어서 채를 만들어 다 익은 감홍시를
툭 건드려 땄다.

나무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빨갛게 익은
홍시를 따서 반으로 쪼개 후루룩 빨아먹으면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 모른다.

나 어릴땐 큰 대봉감이 아니라 이런 작은 연시감이 대부분이었다.


 겨울에는
홍시가 되기 전 단단한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었다.

시골집 대청마루에는 집집마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엮어서 말리는 감 서너 줄이 걸려 있기 마련이었고

곶감이 아니면 감말랭이를 하기 위해
널어놓은 큰 광주리가 늦가을 볕에서 잘 마르고 있었다.

곶감이 되기 전 반건시일 때
하나씩 빼서 먹는 그 달콤하고 쫀득한 맛은
정말 호랑이도 무서워할 맛이다.

 


이렇게 맛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감나무가 우리 집에는 없었다.
마당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심지 않으셨을까?
이유를 모르겠다.

어릴 때 그토록 갈망하던 감나무를
내가 결혼하고 나서야 심으셨다.

집 둘레를 따라 대봉 감나무 네그루,
집앞 텃밭에는 단감나무 한그루를

10여 년 전부터 감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감홍시 좋아하는 넷째 딸을 위해 항상 저렇게
가득가득 따서 보내신다.

지금은 어릴 때만큼 좋아하지 않고
집에서 먹는 사람이 나 혼자라 저 많은 양을
다 처리하기도 힘들지만
보내주시는 대로 묵묵히 받는다.

늘 잊지 않고 챙겨서 보내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대봉감을 유기 그릇에 담아 봤다. 이쁘다.

 

 하나씩 익은 감홍시를 꺼내서
나 혼자 오롯이 먹을 때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먹는 것 같아서
온몸에 따스함이 스르르 퍼진다.

올해는 잘 보관해서
싸늘한 한겨울 첫눈 보며
홍시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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